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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살림을 하게 되니, 먹거리와 주방 도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이 안 좋다는 tv방송은 엄청난 충격이였고,

그 후에도 나무 그릇이나 나무 조리도구는 세균이 번식해서 안 좋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스텐레스를 썼더니 인터넷에서 코팅팬이 벗겨지면 발암 물질과 중금속이 나온다고 그러더군요.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그렇게 나쁜 걸로 조리도구를 만든다는 것도 너무 놀라웠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그러다가 알게 된 옻칠이라는 물질은 엄청나게 좋은 거였습니다.

나무에 바르면 물도 안 먹고, 세균도 번식을 안하고, 썩지도 않고, 음식도 안 상하고, 환경 호르몬도 없었으니까요.

너무 대단한 물질이였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물과 불이 있고, 청결해야 할 주방에서 옻칠보다 더 나은 원료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해 본 옻칠 수저는 진짜 실망스러웠습니다.

일주일도 안 돼서 닳고, 물도 먹고, 썩기도 했으니까요.

진짜 제대로 된 옻칠 수저를 사려고 해도 살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쉽게 만날 수도 없었으며 값도 너무 비쌌고, 이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들기로 했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옻칠수저를, 

손잡이에 그림과 자개를 빼서 가격을 내리고

순수한 옻칠만을 충실하게 칠해서 살균력은 뛰어나게, 오래 써도 닳지 않도록요.

그리고 디자인은 다양하게.

옻칠을 배우러 가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었고(전남 남원), 저는 바빴지만 옻에 대한 궁금증은 너무 컸습니다.

혼자 옻칠을 사다가 집에서 칠해 봤습니다.

주변 옻칠선생님들께 여쭤도 보고, 인터넷도 뒤지고, 옻칠판매처에 문의도 해가면서요.

가을에 칠한 옻칠이 겨울 내내 마르지 않았던 적도 있었고,

칠해 놓은 제품에 먼지가 앉는데 몇날 며칠을 쓸고 닦아도 먼지가 잡히지 않아 고생을 하다가 결국 한 달 만에 그 원인을 찾아 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옻칠을 하고 저녁에 잠자리에 누워 다음날까지 마르기를 기다리는 밤에는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잠을 설쳤습니다.

그렇게 다음날 옻칠장의 문을 열면 어떤 건 괜찮은데, 어떤 건 문제가 생겨있었고, 저는 그 전날 내가 이걸 칠 할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문제점을 찾았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겼고, 또 하나를 해결하면 다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기억을 복기해가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갔습니다.

옻이 올라 가려워서 밤에 잠을 못 자는 시기가 5년이 넘도록 지속되기도 했고,

옻이 올라 얼굴에 주름이 생겨 할머니가 되어도 그게 아무렇지가 않았었습니다.

옻에 미쳐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옻칠을 파악하고 시간이 지나 정식으로 옻칠수업을 들었을 때 저는 제가 혼자 독학으로 옻칠을 배운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옻칠을 하시는 분들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있었던 저는 더 닳지 않는 옻칠, 수저에 적합한 옻칠의 배합을 스스로 찾아내서 적용시키고 있었던 겁니다.

선옻칠은 주부의 마음, 엄마의 마음으로

물에, 불에, 세균에 강하고 오래 쓰는 건강한 수저와 조리도구를 만듭니다.